우리 안의 식민사관 극복

일제강점기에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식민사관은 우리 역사 인식을 왜곡하고 현대 한국인의 의식 속에 서구 중심적 근대화 환상과 갈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남겼습니다. 이에 맞서 1930년대 우리 역사학계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이러한 식민사관의 잔재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식민사관의 논리적 뿌리와 그 잔재

식민사관은 일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안된 역사관입니다. 이는 세상을 문명의 세계(서구, 일본)와 야만의 세계(아시아, 아프리카)로 구분하고, 야만의 세계는 정체되어 스스로 발전할 수 없으므로 문명의 세계로부터 근대화의 가치와 제도를 이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일제의 식민 지배는 수탈이 아닌, 조선을 야만과 정체에서 벗어나 근대화로 이끄는 은혜로운 시혜(施惠)로 포장되었습니다. 이는 조선의 역사를 최악의 역사, 끔찍한 역사로 설명하며 우리 민족의 자기비하적 인식을 심었습니다.

식민사관의 구체적 주장과 역사 왜곡

식민사관은 우리 역사를 고대, 중세, 근대로 나누어 각각의 시대에 대한 왜곡된 논리를 펼쳤습니다. 고대사에 대해서는 '일선 동조론'을 내세워 일본과 조선의 조상이 같다고 주장하며 단군을 일본 신화와 연결하거나 부정했습니다. 또한 '타율성론'을 통해 한국은 자율적으로 국가를 형성할 능력이 없었고, 한사군이나 임나 일본부를 통해 외세의 지배를 받으면서 비로소 국가를 경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외세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반도사관'으로 이어졌습니다. 중세사(고려-조선)에 대해서는 '정체성론'을 주장하여 한국은 중세를 경험하지 못하고 고대에 머물러 있었으며, 스스로 발전할 능력이 없어 일본에 의해 개항되고 근대화되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조선 시대는 '당파성론'을 통해 끝없는 당쟁과 분열로 인해 발전이 정체되고 파멸할 수밖에 없었던 나라로 폄하되었습니다. 이러한 논리들은 조선은 망할 나라였고, 일본이 지배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식민사관 확산의 배경과 우리 학계의 대응

일제는 박은식 선생이 해외에서 저술한 『한국통사』가 국내에 유포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하자, 이에 대항하여 식민사관을 체계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1910년대부터 조선 반도사 편찬을 준비했고, 1920년대에는 총독부 직할로 조선사 편수회를 설립하여 1930년대에 『조선사』를 완간했습니다. 조선사 편수회 출신 교수들은 청구학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식민사관 논리를 더욱 유포했습니다. 『조선사』가 1930년대에 발간되자, 우리 역사학계는 이에 대한 비판과 극복 노력을 같은 1930년대에 집중적으로 전개했습니다. 일제 식민사관의 논리를 비판하고 우리 역사의 주체성을 확립하려는 움직임은 이 시기 독립운동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현대 한국인의 의식 속에 남은 식민사관의 잔재

식민사관은 단순한 과거의 역사관이 아니라, 현대 한국인의 의식 속에 깊은 잔재를 남겼습니다. 우리는 근대화를 '서구화'로 여기는 서구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중동'이라는 용어는 서양의 시각에서 아시아 서남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우리 스스로를 '극동'이라 부르는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갈등'을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는 일제가 조선의 당파성을 비난하며 파멸을 정당화했던 논리에서 비롯된 잘못된 근대화의 환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갈등은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긍정적인 순기능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안의 식민사관 극복을 위한 노력

우리 역사학계는 1930년대부터 식민사관에 맞서 우리 역사의 주체성과 발전적 성격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박은식 선생은 '나라의 혼은 곧 역사이므로, 나라의 혼이 살아 있는 역사책을 저술하는 것이 독립을 위한 중요한 일'이라 강조하며, 『한국통사』를 통해 일제의 침략을 부당함을 논리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일제의 역사 왜곡에 맞서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학문적 대응을 넘어, 독립을 위한 중요한 투쟁이자 우리 안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지속적인 과제임을 보여줍니다.